top of page

[12/15 목회 칼럼] 이름 알기, 이야기 듣기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연방 법원의 판사가 된 Lucy Koh (한국명: 고혜란)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북한 출신이었고, 자유를 찾아 탈북해 남한으로 왔다가, 이후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루시 고 판사는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미시시피주에서 가난과 싸우며 자랐고,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부와 법률 대학원을 마쳤습니다. 



2021년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루시 고를 제9 연방 항소 법원(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Ninth Circuit) 판사로 임명하기 위한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루이지애나 출신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이 질문합니다:


케네디: “미시시피에서 자라면서 가난과 싸웠던 것에 관해 얘기했었는데, 혹시 당신의 사무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까?” 


고: “네 알고 있습니다. 스티브는 쓰레기를 치워주는 사람인데, 오후 3시쯤 옵니다. 에바는 오전 7시에 와서 제 사무실을 청소합니다.” 


케네디: “Good for you. Good for you.” 


가난과 함께 자랐다고 해서 모두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 케네디 의원이 고에게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가난을 이미 벗어난 고 판사가 권력이나 경제력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가 였는지도 모릅니다. 


매주 두번씩 우리 교회 교육관을 청소하러 오는 분들이 계십니다. 루시 고 판사의 이야기에 도전을 받아 저도 그분들의 이름을 물어 보았습니다. 1년 넘게 가끔씩 얼굴을 보고 인사했는데, 이제야 이름을 물어 보았네요. 어머니와 아들 딸이 같이 오는데, 어머니는 아라셀리(Araceli)이고 딸은 마리아, 아들은 호세라고 했습니다. 아라셀리 아주머니는 영어를 거의 못 하셔서, 제가 말을 두 마디 이상하면 “Maria! Maria!”하고 딸을 부르십니다. 이번에는 제가 짧은 스패니쉬를 써 가며 “Mi nombre es Isaac.”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검은 머리 동양인이 스패니쉬로 자기 소개를 하니, 휘둥그레한 눈과 엄지 손가락으로 저를 칭찬해 주셨습니다. 


이번 성탄 예배와 행사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모여서 예배하고 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들에게 선물이 되는 성탄이 되자고 도전했습니다. 그분들의 실제적 필요를 채워주는 성탄이 되길 소망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 분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알게 되는 성탄이 되길 바랍니다. 주님은, “너, 구원”하시고 끝내지 않으셨습니다. 굳이 우리에게 오셔서,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시고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용서나 구원이라는 효과로 끝내지 않으시고 친구가 되자고 가족이 되자고 관계 안으로 불러주신 것을 기억합니다. 이번 성탄을 통해 이웃들과 맺는 관계가 시작되고, 깊어지길 소망합니다.

2 views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