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 목회칼럼] 사순절, 부끄러움
- Seonwoong Hwang
- Ma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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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재의 수요일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부모님만 가던 예배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 자녀 둘이 함께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재를 받는 순서가 되었고, 네 가족이 함께 나가서 이마에 잿빛 십자가를 받아 자리에 돌아왔습니다. 경건한 음악이 나오고 다들 기도하고 있는 와중에, 자녀들이 서로 얘기하는 것이 부모의 귀에 들렸습니다. “이거 지금 지우면 안 돼?” “이렇게 하고 계속 예배를 드린다고?” 아이들이 하는 생각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잠시 잠깐 이마에 그린 십자가가 그렇게 불편하고 부끄러운데, 밖에 나가서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섬기시던 교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한인 교회는 이제 힘들다… 미국 교회에 다녀야지’ 생각했다고 합니다. 주일 오후가 있는 삶을 좀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나오게 되면서 한인 교회에 대한 큰 실망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연로하신 어머니를 미국 교회에 모시고 가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몇 달 전부터 운전도 못 하시게 되었고 몸이 쇠약해지면서 혼자 외출도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교회에 모시고 가면, 그 좋아하시는 “아멘!”도 못 하시고, 설교는 거의 못 알아들으실 것이 뻔했습니다. 복잡한 마음 가운데 기도하며 명확한 인도하심(clarity)을 구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그래도 한인 교회에 남거라’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동네에 있는 다른 한인교회에 나가보라’는 마음도 주셨습니다. 이때 이 분이 즉시 하나님께 응답했다고 하지요: ‘하나님 제가 다른 교회는 가도, 그 교회는 못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체면이 있지요.’ 그때 하나님께서 웃으시는 것만 같더랍니다: ‘쳇, 체면? 네가?’ 하나님께 깊이 회개했다고 합니다.
부끄럽다는 감정을 표현할 때 “면목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자로 보면 면은 얼굴이고, 목은 눈입니다. 영어에도 “save one’s face”라는 말을 씁니다. 부끄러움을 피한다는 뜻입니다. 얼굴이 왜 여기저기 등장할까요? 아마 우리 몸 중에 가장 잘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고, 우리가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위이기 때문일 겁니다.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생각해 봅니다. 머리 위 가시관 때문에 얼굴은 피투성이였을 겁니다. 군병들에게 맞아서 얼굴이 여기저기 터져 있었고, 멍과 땀과 콧물 눈물 범벅인 얼굴이셨을 겁니다. 얼굴뿐인가요, 온 몸 전체가 그랬을 겁니다. 수치를 가릴 수 있는 겨를도 없이, 모든 연약함과 상처를 다 내 보이셨습니다. 사순절은 그래서 예수님의 고통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느끼셨던 수치심에도 동참하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일에 나 자신을 던져셔, 잘 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익숙해질 용기를 내는 계절이기도 하고, 잘 꾸며진 겉모습으로 감춰놓았던 깊은 연약함이나 상처와 마주해 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 부끄러움이 우리를 더 깊은 하나님 사랑으로 또 감사로 이끌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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