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성경의 교회를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는 ἐκκλεσία (에클레시아)입니다. 교회라는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그리스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용했던 단어이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이 초대 교회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알려줍니다. 단순히 gathering 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였지만, 종교적 모임 보다는 정치적 성격의 모임을 설명하던 단어였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가까운 말을 찾으라면 townhall meeting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타운홀 미팅은 자기가 원해서 나가는 성격이 강하지만, 에클레시아는 소집되어 나왔다는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과 처음 신앙을 가졌던 초대 교인들은 교회를 단순히 사람의 모임이 아닌, 자신들보다 더 높은 어떤 목적이나 존재를 위해 “부름 받은” 이들의 모임으로 규정했습니다. 타운홀 미팅에는 내 의지로 나가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이야기 하게 되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모인 교회에서는 우리를 불러주신 그 분의 뜻을 이루는 것이 목표가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해 왔습니다.
모이는 교회: “에클레시아(ἐκκλεσία, the gathered)"
흩어지는 교회: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ά, the scattered)"
임하는 교회: “바실레이아(βασιλεία, Kingdom)"
교회의 목적은 잘 모이는 것이지만, 잘 흩어지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를 통해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앞세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교회로 세워주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가서 은혜 받은 뒤에는 반드시 보내시는 그 자리로 가야 합니다. 모인 그 자리에 가서 교회로 살아야 하고, 보내주신 그 자리에서 우리의 왕이신 하나님을 드러내야 합니다.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가리키는 사람으로 살아야 합니다.교회가 건물이라면 목회가 참 쉬울 것 같습니다. 마음에 안 들면 부수고 다시 지으면 그만일테니 말입니다. 고장난 부분은 고치고, 필요하면 건물을 더 짓고, 필요 없는 것은 없애고, 얼마나 쉬울까요. 하지만 교회가 사람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변화를 거부하고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성령의 역사를 통해서만 또 사랑이 넘치는 교회를 통해서만 사람은 변합니다. 변하려는 자신의 의지도 있어야 하고, 공동체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이전 시대의 목회에서는 건물의 크기가 성공의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성경적 목회의 기준은 교인들의 성숙입니다. 잘 모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이 모일 건물을 잘 지어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품는 그릇들로 우리가 변화되고 있는지, 우리를 삶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이름인지 주님의 이름인지, 주님은 우리에게 물으십니다. 영혼의 성장과 성숙을 주님은 기대하십니다.
16살을 맞는 시카고예수사랑교회로 인해 감사합니다. 여기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교회가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헌신하고 자기를 드렸던 많은 이들을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완전한 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임할 때까지, 모든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을 때까지, 이 땅이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깃든 에덴 동산이 될 때까지, 우리는 기도하고 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을 감당하는 가운데 우리 각 사람의 인생 가운데,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가 지어질 줄 믿습니다.
Happy Anniversary!
コメント